일화

세금을 내야하는 이유 일한은 어떤 일이 있어도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정권 담당자들에게 건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고 무엇보다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여 세무사찰이 나와도 걸릴 게 없도록 해야만 했다. 물론 일한의 평소의 국가관과 기업관에 의하여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 것이지, 단지 세무사찰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 유일한은 “불이 나면 소방서에 불을 꺼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라면, 소방서에서 소방차를 사는데 돈을 내는 것이 바로 국민의 납세의무이다.”라고 말했다. 한번은 유한양행 회계과 직원들이 상반기에 납부할 영업세 계산을 정확하게 돈까지 다 마련해놓고는 정작 납부 기한인 6월 30일은 세금 납부를 깜박 잊고 넘어가고 말았다. 그 다음날에야 영업세 납부 누락 사실을 알고 회계과 직원이 부랴부랴 세무서로 달려갔다. 세무서에서는 하루밖에 지나지 않긴 했지만 규정상 가산세 5퍼센트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영업세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가산세 액수만 해도 엄청났다. 낙심한 회계과 직원들이 회사로 돌아와 이건웅 사장에게 보고했다. 이건웅은 직원들을 호되게 나무랐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뜻밖에 희소식이 날아왔다. 세무서 법인세 계장이 전화를 하여 세금 납부를 정상적인 기한에 한 것으로 해줄테니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단숨에 세무서로 달려갔다. 법인세 계장은 이미 어제부터 유한양행을 위해 빈 칸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한번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거나 납부 기일을 어긴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납부할 줄 알고 이렇게 칸을 비워두었지요.” 직원들은 일을 잘 처리하게 되어 회사로 돌아와 자랑스럽게 보고하였으나 징계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 일로 회계과장 박장원은 6월분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일한은 자신의 돈으로 박장원에게 상여금보다 더 많은 위로금을 전달하였다. 비록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 동안 회계과에서 일한의 지침에 따라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출처: ‘유일한 평전(도서출판 작은씨앗, 2005)